블로그에 썼던 회고를 그대로 옮겨왔습니다. 이상한 이야기가 있어도 이해해 주세요 😅

넵 알것습니다! (ㅈㅅ 사실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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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학습 스프린트 내내 나의 메인 토픽은 백엔드였다. 첫 코드 리뷰 때 도메인 주도 설계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그것에 대해 공부하고자 매 프로젝트를 헛수고하며 삽질을 하다보니 마지막 프로젝트 때 정말 성취감이 컸고, 페어 분과의 자뻑을 거름삼아(?) 나도 백엔드를 아주 못하지는 않는게 아닐까 하는 엄청난 착각에 빠져 있었다.

그렇다. 엄청난 착각에 빠져 있었다. 팀 빌딩 때 백엔드쪽으로 조예가 깊으신 분들(?)로 구했었는데 이렇게 모이니 이야기하면 할수록 백엔드 이야기가 남의 세상 같았다. NoSQL DB의 특징이라던지, Redis라던지, 도커 컨테이너라던지, 그야말로 이름만 들어보고 뭔지조차 제대로 알아보지 않은 단어들이 마구 나오면서 회의할 때 흐름 끊고 하나하나 물어볼 수도 없고 정말 민망하게 메모장에 학습 부채를 쌓아가며 음 그럭군요 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죄송해요 사실 모름..

사실 지금까지는 이런 상황이 되면 정말 좋아했다. 왜냐면 이 사람들이 알아서 공부를 하던 적용을 하던 할테고 나는 그걸 염탐하면서 혼자 공부하면 되니까. 근데 이건 협업이니까 내가 아는 상태에서 작업을 해야 할텐데 이미 모르는 단어가 이만치 쌓였으니 정말 큰일이다..

우이괜이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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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기획 미팅 때 주제 자체가 너무 평이하고 도전적인 요소가 없다는 의견이 있어서 이대로 괜찮은가 싶어 이것저것 기능을 덧붙이는 식으로 규모를 키워 나갔는데, 멘토님과 미팅을 갖고난 후 문득 이번엔 기능이 지나치게 많은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 괜찮은가?

이미 기획, 디자인 모두 마무리가 되어가고 있고, 설계 공유 시간까지 활용 가능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진솔한 대화타임 후 기획을 과감히 엎기로 결정했고, 여러 가지 주제를 구상해서 다시 멘토님께 확인을 요청드렸다. 그렇게 다음날 다시 한 번의 진솔한 대화를 거친 후 다시 원래 기획에서 불필요한 잔가지를 쳐내는 식으로 합의를 봤다. 이건 그럼 이대로 괜찮은가?

지금 생각해 보면 조금 비효율적인 과정이였다. 뭔가 각자 '이대로 괜찮은가?' 싶은 부분들을 아직은 어색한 공기 속에서 쉽게 이야기하지 못했고, 그렇게 조금씩 놓치게 되는 커뮤니케이션과 문제들이 쌓여나가면서 한 번 터져버린 셈인데, 팀 빌딩 때도 소통과 기록이 가장 중요하다고 떠들었던 나는 왜 여태 이런 구도를 해결하지 못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 자체는 만족스러웠다. 가장 먼저 피그마라는 툴과 깃허브 커뮤니케이션 도구들을 한 번 사용해 봤고, 최초 기획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어떤 점이 중요한지 알았기 때문에, 별다른 피드백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반나절만에 그럴싸한 기획서를 뚝딱 만들어 낼 수 있었다. 물론 나머지가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가 수많은 뒷정리들을 해 주신 결과지만, 아무튼 무언가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시키는 대로 만드는 개발자 하고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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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이란 정말 어렵다. 디자인이란 정말 어렵다. 이미 알고 있었지만 몇 번이고 다시 써도 모자랄 만큼 어렵다. 내가 얼마나 이런 작업에 약하냐면, 정리로 말할 것 같으면 나는 군대에서 일은 잘하지만 정리를 못해 내가 선로 작업을 해 놓으면 후임이 나를 쫓아다니며 선 정리를 해 주었고, 디자인으로 말할 것 같으면 대학교 동아리를 하면서 디자인과를 나온 선배의 미간을 몇 번씩 들썩이게 했다. 어딜가나 항상 창작 활동을 피해 다녔고, 팀플을 할 때에도 주제 정하는게 정말 죽기보다도 싫었다(?)

그럼에도 내가 백엔드에 지나치게 무지하니 이런 부분에서라도 1인분을 해야 한다는 중압감이 있었고, 때마침 여태 과제로 나왔던 프로젝트들이 훌륭한 레퍼런스로서 쌓여 있으니, 이 것들을 토대로, 그리고 동아리 선배가 온몸을 비틀었던 포인트를 생각하며 조금씩 디자인을 채워 나갔다. 계속 뭔가 이상한 건 알겠는데 어떻게 하는 것이 정답인지 당최 알 수가 없고.. 대학교 때 물리 시험을 보면서 딱 이 느낌이였다. 뭔지도 모르면서 찝찝한 기분으로 답안지에 아무거나 적는..

아무튼 앞으로 기획 단계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기획자와 디자이너와 어떻게 소통하면 좋을지 고민해 보게 되는 귀중한 경험이었다. 귀중하긴 한데.. 진짜 힘들었다.